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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국정교과서 '유감'
<추천칼럼> 미국 달라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민주회의 기사입력  2015/10/17 [16:22]
1492년 아메리카를 발견한 후 스페인으로 돌아간 콜럼버스는 다음해 17척의 군함을 이끌고 되돌아왔다.
피의 역사는 그의 배가 카리브 해안에 닿으면서 시작했다.
기록에 의하면 1493년 800만명이었던 에스파뇰라섬의 원주민 타이노족은 콜롬버스가 이 땅을 밟은 지 3년만에 300만명이 됐고, 7년이 지난 1500년경에는 10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49년만인 1542년, 겨우 200명만이 남았을 뿐이다.

스페인·포르투갈·영국·프랑스 등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1억명 이상의 원주민들이 학살됐다. 처녀림같던 산천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가장 아름다운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이다’는 끔찍한 구호 속에 미국의 역사는 잔인무도한 학살 위에 건립됐다.

잔혹한 정벌전쟁은 야만인들에게 문물과 문명을 전파했다는 선한 이미지로 왜곡됐다. 가려진 진실은 ‘신대륙 발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후대로 이어졌다.

‘그들의 역사’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유럽사람도 아닌 동방의 우리가 잔혹한 학살에 눈을 뜨지 못하고 콜럼버스를 ‘신대륙을 개척한 위대한 탐험가’로 인지하는 건 왜일까.
 
교과서 때문이다.
영미권에서 ‘세계사’를 공부한 사람들이 승자의 시각에서 왜곡된 반쪽 역사를 고스란히 우리의 교과서에 옮겨놓으면서 어린 시절 우리는, 잔혹한 정벌전쟁의 수장인 콜럼버스를
용감한 탐험가로 배우고 외웠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한국 정부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결국 강행했다.
정부가 정한 한 가지의 이야기로만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의미다.학살을 지휘한 콜럼버스를 '세계 위인전'에서 읽어야 했듯이,친일을 친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독재를 독재라 말하지 못하도록  교육시키고 세뇌하겠다는 심산이다. 다양성과 창조적 사고를 최우선시 하는 지식정보 시대에 권력이 원하는 역사만 가르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에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나라는 없다.
빈곤에 허덕이는 후진국이거나 일부 이슬람 국가,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가 전부다. 정권과 우익이 나서서 역사를 조직적으로 왜곡하며 ‘독도 침탈 야욕’을 숨기지 않는 일본의 교과서 마저도 국정이 아니다.
“역사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대립에 의해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누어서는 안된다.”
행정예고가 발표됐던 12일(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박 대통령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 중에 단연 최고다. 역사교육을 정쟁이나 이념대립으로 만들어
국론을 분열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정녕 알지 못하는 것일까.

국정교과서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미화하고 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주었던 2013년 교학사 교과서의 재현일 거라는 게 중론이다.
손에 쥔 권력으로 선친이 남긴 잘못된 족적마저 미화시키겠다는 속내는, 현재의 공권력으로 과거의 역사를 바꿔 미래마저 손 안에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무서운 정권이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를 장악한다고 국민의 역사의식마저 빼앗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유신시대, 박정희 정권의 집요한 세뇌교육에도 불구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한국사회에 민주주의를 세운 주체는 국정교과서로 교육받은 세대였다.

문득 영화 <암살>의 마지막 대사가 심장을 파고 든다.
친일파 두명을 죽인다고 해방이 되지 않는데 왜 죽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안옥균은 답했다.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
역사는 시대적 분노 앞에 목숨을 걸고 싸운 민초들의 기록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우리가 계속 싸워야 할 이유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기사입력: 2015/10/17 [16:22]  최종편집: ⓒ okminj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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